햇살은 따사롭지만 바람만큼은 만만치 않은 하루였습니다.

특히 저녁무렵이 되자 준호의 컨디션이 영 아니올시다여서 영 놀이에 흥이 나질 않네요.

훼방을 놓을 때는 그렇게 얄밉더니 막상 아파서 기운을 못 차리니 맘이 아픕니다.

민지는 간만의 여유를 부려가며 쌓기놀이에 열중하고 있습니다.

지지배 아픈 동생한테 눈길 한번 주질 않고 노는 걸 보니 이젠 민지가 얄미워지네요 -_-

사진을 자꾸 찍어달라고 졸라서 잠시 준호가 자는 틈에 지켜보았습니다.

이것 봐 나 잘하지~~?

생각보다 잘 무너지는데도 포기하지 않고 몇번의 시도를 해 보이네요.

무슨 놀이를 하다가도 저맘대로 안되면 나 안해!!하고 외치면

속으로 뭔 근성이 저리 없냐~~쯧 했었는데 오늘 그 근성이 쬐매 고개를 드는군요.

쓰러질듯 말듯 위태위태하게 잘 올라가는군요.

민지는 저 정도 높이까지 올린 것도 스스로 대견한지 웃음이 얼굴에서 떠나질 않네요.

사진을 찍은 직후 와르르 무너져 버렸습니다.

그 후 몇번을 더 시도했지만 그 이상을 올리진 못했습니다.

민지의 표정엔 아쉬움이 역력합니다.

나중에 민지가 잠들고 난 뒤 저도 몇번 시도해 보았는데 생각보다 쉽진 않더군요.

민지가 쌓은 높이 이상을 저 역시 올리지 못했습니당~~

민지가 쌓기놀이 직후 제가 제시카드를 만들어 볼려고 자리잡고 있을 때

몇 개의 블럭들을 배치시켜놓으니 살을 더 붙여서 꽃을 만들어 줍니다.

민지가 만들어 놓은걸 살짝 제가 손을 보았습니다.

이쁜 튜울립 같네요.

--튜울립--

민지는 아빠와 함께 외출을 하고 준호는 약기운에 잠이 들어 버리고 나니

갑자기 멍해지는 것 같아 다시 정신차리고 제시카드를 몇가지 더 만들어 봅니다.

열심히 헤엄치는 청둥오리를 만들며 이리저리 변화를 주어 보았습니다.

단지 몇개만 바꾸었을 뿐인데도 느낌이 달라보이네요..저만의 착각인가요~~~

--오리--

이번엔 아름다운 빛깔의 날개를 지닌 잠자리입니다.

생각보다 넘 쉽게 만들어졌는데도 제가 보기에는 가장 근사해 보였죠^^

--잠자리--

이번엔 사람얼굴을 만들다가 그만 원숭이를 만들어 버렸네요.

인류의 조상을 따지면 원숭이나 사람이나 거기서 거기라고 위안을 합니다.

그래서 이놈의 이름은 원숭이이기도 하고 사람이기도 한 "끼끼"입니다.ㅎㅎㅎ

--바나나를 탄 원숭이 끼끼--

이번엔 넘실넘실 바람을 가르며 바다위를 유유히 떠다니는 배입니다.

--배--

겨우내 신고 다녔던 부츠도 만들어지네요.

블럭을 약간씩 바꾸어가며 취향대로 색을 꾸며보기도 했습니다.

--부츠--

블럭들을 한쪽 구석에 정리를 해봅니다.

갯수대로 모양대로 쌓아올려 보았습니다.

사실 패턴놀이에 처음 도전을 해 볼려고 나름대로의 준비작업이었죠..

이 글을 올리기 직전 라일락님의 패턴들을 보고 주눅이 잔뜩 들었지만

과감히 용기를 내어 기냥 올리기로 했습니다.

저의 첫 문양이 나왔습니다.

높이가 다른 플라워타워 블록들이 입체적인 느낌도 더불어 가져다 주네요.

일거양득인 셈입니다.

--패턴놀이1--

전통문양을 떠올리며 하긴 했는데 ...원체 색이 아름다워 제눈엔 그럴싸해 보입니다.

역시 입체적인 느낌을 측면서 들여다 보았습니다.

--패턴놀이2--

이번엔 물결치는 모양의 계단입니다.정말 간단하게 만들어집니다.

실제로 이런 계단이 있음 좋겠다 싶을 만큼 아름답네요.

카메라의 후레쉬가 나가는 바람에 사진이 약간 어두워져 버렸습니다.

--물결모양의 계단--

준호는 엄마가 블럭들을 정리하는 것을 가만히 눈으로만 쫓아다닙니다.

어찌나 가슴 한켠이 저린지 빨리 나아서 얼른 엄마랑 누이의 놀이를

열심히 방해해주었으면 하는 바람만이 간절한 하루입니다..